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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꿈과 같다(人生如夢).’라는 말은 하나의 노생상담(老生常談)의 문제이자 고전소설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티프이기도 한다. <침중기>와 <조신>이 모두 이런 주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두 작품을 모두 인생의 허무함을 깨우치는 작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작가와 편찬자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단지 ‘인생은 일장의 꿈이 불과하다.’만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본고에는 '인생은 꿈과 같다'는 문면상의 주제를 넘어, 두 작품 안에 담고 있는 심층적인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심기제와 일연의 현실적인 삶과 연결시켜 두 사람이 작품에서 투영한 사상과 감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두 작품의 현실적인 의미와 독자들에게 주는 계시(啓示)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침중기>와 <조신>은 모두 현실적인 의미가 강한 작품이다. 단 작가와 편찬자의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문학작품에서 투영한 사상과 감정도 다르게 나타나 있다. 일연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은 고통스러운 속세를 초월하는 ‘초연(超然)’이고, 심기제가 보여준 것은 욕망과 현실의 갈등에서 욕망의 부침(浮沈)이다. 말하자면 일연은 속세를 초월하는 인물이고, 심기제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나가야 하는 세속적인 인물이다. <침중기>는 일장의 화려한 인생을 서술한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그런 화려한 인생이 단지 일장의 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화려한 인생에서도 시련과 좌절이 가득 차 있고, 인생의 득(得)과 실(失)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인생 그 자체이고 인생의 방식이 아니다. <조신>은 일장의 적빈한 인생을 서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연의 의(議)와 사(詞)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그가 부정한 것은 빈곤한 인생이 아니라 중생들의 세속적인 인생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