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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당전(唐前) 지괴소설 중 애정소재 작품들의 유형과 서사적인 특징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당전 지괴소설은 성숙된 의미의 소설 장르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 장르적 성격이 아직 미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서사와 구조, 그리고 삽입된 시가를 통해서 본다면 서사적 장르로서 나름의 뛰어난 특징을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지괴소설의 다양한 소재와 화소들은 당대 전기소설뿐만 아니라 중국고대에서의 대부분의 소설 작품에서 그 영향과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괴소설은 주로 기이한 이야기를 기록했기 때문에 애정소재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자주인공들은 신선이나 귀신인 경우가 많고, 인간세상의 여자인 경우가 적다. 본고에서는 인간과 신선, 인간과 귀신, 그리고 인간과 인간 세 유형으로 나누어 작품을 고찰하였다. 또한 각 유형 이야기들에 나타나는 사랑의 양상과 작품의 서사적인 특징, 그리고 작가를 비롯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바라보는 당시 문인사대부들의 시각과 관점을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과 신선의 사랑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천상의 신녀들이 위엄 있고 신비감을 가진 존재로 나타나며 인간세상의 남자를 사랑의 대상보다는 자신이 도움을 필요한 존재이거나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대상으로 대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지상(地上)의 신녀들은 상대적으로 신비감이 약하고 보다 인간다운 감정을 가지며, 속세를 초탈한 모습을 보인다. 인간과 귀신의 사랑이야기 같은 경우, 명합(冥合)이나 환생(還生)과 같은 이야기들은 단순히 기이함에 중점을 둔 작품들도 있고, 사랑으로 인해 생사(生死)를 초월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때 등장인물들은 일반적인 인간 세상 남녀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나 저승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도 서사에 스며들어 있다. 한편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야기에서는 일반적인 부부나 남녀의 소박하고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사랑하다가 죽은 후에도 인연을 유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사랑의 시작은 인간 세상에 있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이러한 작품들도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야기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