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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를 통해 학계에 처음 소개되는 신자료인 태평레코드 <춘향전>은 박승희가 각색하고 태양극장 배우들이 대사를, 김남수가 판소리 창을 맡아 녹음한 근대극 음반이다. 일부 신문 광고에 창극반으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일축판 춘향전>, <시에론판 춘향전>, <콜럼비아판 춘향전>, <오케판 춘향전> 등에 비해 판소리 창의 비중이 크지 않으므로 창극반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연극 중간중간에 판소리 창이 아주 짧게 곁들여지는 정도이므로 근대극 음반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우선 그 녹음 경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33년 5월 말, 오사카에 있던 제주도민들의 초청으로 공연을 떠난 태양극장 단원들이 공연 일정에 겸하여 오사카 근처 니시노미야에 위치해 있던 태평레코드 본사에서 이 음반을 취입했다. 녹음한 음반이 발매된 것은 그 해 가을이었다. 이도령 역은 이소연, 춘향 역은 석금성, 방자 역은 양백명, 향단 역은 최승이, 춘향모 역은 강석제, 본관 역은 이동호, 운봉 역은 유장안, 임실 역은 김진문이 맡았는데, 이소연, 석금성, 양백명은 태양극장 이전의 토월회 시절 <춘향전>에서도 배역을 맡았던 이들이다. 창을 맡은 김남수는 판소리 명창 김소희의 이모로, 김소희를 한성준에서 소개시켜주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남수가 태평레코드 <춘향전> 녹음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그가 태양극장의 전신인 토월회 시절부터 이 극단과 관계를 맺고 있었을 가능성, 그가 태평레코드 소속이었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편 ‘이별편(하)’에 수록된 창을 통해 그가 송만갑을 직접 사사하였거나, 또는 송만갑 계열의 소리, 조금 넓게는 동편제 계열의 소리를 배웠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다음 태평레코드 <춘향전>의 특징적 면모는 구성, 인물, 대사를 중심으로 하여 고찰해보았다. 태평레코드 <춘향전>의 구성은 광한루편-춘향집편-이별편-옥중편-출도편으로 되어있는바, 만남-사랑-이별-수난-재회로 설명되는 일반 <춘향전> 또는 <춘향가>의 구성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작품의 실상을 살펴보면, 서사 전개에서 구심점이 되는 중심인물이 춘향에서 이도령으로 바뀌어 있다. 특히 옥중편의 경우 춘향이 변사또의 강압에 항거하는 장면, 옥에 갇힌 춘향의 옥중가 장면이 모두 생략된 채, 이도령과 춘향의 옥중 재회부터 재현된다. 태평레코드 <춘향전>은 이도령이 광한루에서 춘향을 보고 반하여(광한루편)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인연을 맺었으나(춘향집편), 아버지의 승직으로 인해 춘향과 이별하였다가(이별편), 옥에 갇힌 춘향을 만난 뒤(옥중편), 변부사의 잔칫날 출또하는(출도편) ‘이도령의 이야기’인바, 철저히 이도령 중심의 구성으로 되어있다고 하겠다. 한편 태평레코드 <춘향전>에서는 자극적인 대사와 행동을 수반한 춘향모의 캐릭터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춘향의 인물 형상은 크게 약화되어 나타난다. ‘춘향집편’, ‘이별편’, ‘옥중편’에서 춘향모는 변덕스럽고 방정맞은 모습, 거침없이 욕설을 구사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하고 주목을 끈다. 마지막으로 대사상에 나타난 특징은 <옥중화>, <고본춘향전> 소재 재담을 대거 차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박승희는 토월회 시절 <춘향전> 대본 집필과 관련해 남긴 회고에서 자신이 이 두 편의 <춘향전>을 참조하여 “될 수 있는대로 재미있는 장면이나 대사를 넣어 보느라 그야말로 재주를 다내”었다고 술회했다. 토월회 극본과 태양극장 극본이라는 차이가 있겠으나, <옥중화>와 <고본춘향전> 소재의 재담을 대사로 차용하거나 장면으로 연출한 부분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만 때로는 이러한 대사 및 장면이 작품의 감정선 진행 자체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상 살펴본 태평레코드 <춘향전>의 의의는 춘향전 창극반들과의 관계, 춘향 서사를 소재로 한 근대극을 취입한 음반극들과의 관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평레코드 <춘향전>은 일종의 연쇄극 형식을 취한 <시에론판 춘향전>의 기획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춘향 서사를 소재로 한 근대극으로서의 음반극이 단편적인 희극 양식으로 치우치게 되는 기점에 놓여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대중극의 대본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박승희의 각색이자 태양극장 극단의 흥행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Taihei Chunhyangjeon is a new material for the first time will be introduced to the academic world through this paper. This work, by the actors of the theater company Taeyanggeukjang were in charge of the dialogue of the play, the pansori singer Kim Namsu sang pansori songs, was SP records drama. Members of the theater company Taeyanggeukjang went Osaka for a show on tour about the end of May in 1933, and recorded this album in the Taihei record headquarters located near Nishinomiya. At that time, Lee Soyeon(the cast of Lee Mongryong), Seok Geumseong(the cast of Chunhyang), Yang Baekmyeong(the cast of Bangja), Choi seungi(the cast of Hyangdan), Gang seokje(the cast of the mother of Chunhyang), Lee Dongho(the cast of the newly-appointed governor), Yu Jangan(the cast of the district magistrate of Unbong), Kim Jinmun(the cast of the district magistrate of Limsil) participated in recording. And, it estimates Kim Namsu, the pansori master singer Kim Sohui’s aunt, was pansori singer, learned pansori under Song Mangap or his disciple, or maybe Dongpyeonje pansori singer. It is possible she was a singer from Taihei Record. This Taihei Chunhyangjeon was released in September of the same year. The distinctive features focused on its configuration, character, words of Taihei Chunhyangjeon are follows. This record is composed of Gwanghallu pyeon-Chunhyangjip pyeon-Farewell pyeon-Prison pyeon- Appearance of royal secret inspector pyeon. Each name is similar to normal Chunhyangjeon narrative, but the reality is different. Central character, as the pivotal figure of development of narration, turned into Lee doryeong, not Chunhyang. And in this work, the character of the mother of Chunhyang was strengthened with exciting lines and acts, while the character of Chunhyang was weakened with passive and half-hearted attitude. The mother of Chunhyang changes of scene and attracts attention through fickle manner, frivolous action, delicious slangs. Relatively, Chunhyang has difficulty in getting extraordinary presence. The distinctive feature of lines in this play came from a borrowing joke and witticism from Okjunghwa(獄中花) and Gobon Chunhyangjeon. These lines or scenes became disablers of being absorbed in its feeling, but Taihei Chunhyangjeon doesn’t aim for an orthodox play. The significance of this work needs to be understanded with regard to the relationship of SP records drama. Taihei Chunhyangjeon had an effect on short comic opera records and Sieron records Chunhyangjeon, changgeuk records. And it is worth recalling, being a major work of the theater company Taeyanggeukjang and an adapted version by Park Seunghui with a shortage of public drama scripts in the first half of the 20th cent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