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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에게 결혼은 낭만과 사랑으로 맺어진 두 개인 사이의 결합이 아니었다. 15세기의 피렌체 사회는 두 개인 사이의 애정적 결합을 용인하기에는 너무도 ‘전통적’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인간의 삶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나 외부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끝없이 저울질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문화적 환경 아래에서 결혼은 곧 개인과 집단 사이의 결합을 결정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 행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점이, 르네상스의 결혼이 단순히 맹목적 집단주의의 표출이나 무의식적 집단정체성-자리매김(identity-positioning)이었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친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이 속에서 새롭게 자신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르네상스의 현실을 감안할 때, 결혼은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 이루어지는 산술적 타산의 결과, 다시 말해 문화적 인공물이었던 것이다. 결국 르네상스의 결혼은 중세적 세계관의 변화와 함께 출현한 역사적 현상이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알베르티의 결혼관은 이와 같은 당대의 조건들 속에서 이루어진 시대적 표현물이었다.Ⅲ. 가족론, 알베르티, 그리고 르네상스 피렌체의 문화


Interpreting Renaissance Marriage: A Case of Alberti’s I Libri della Famig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