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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사학은 실질적으로 斗溪 李丙燾에 의해 수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정통사관이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근대 민족사학으로 성장하지 못 한 속에, 서양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한국사 연구를 주도한 자는 일본인들이었다. 그러므로 근대 한국사학은 일제의 식민 사학을 극복하면서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정통사관을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할 과제를 떠안고 출범하였다. 이병도의 한국사연구는 실증적 방법으로 바로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병도는 역사지리의 관점에서 한국고대사 전개의 대세를 제시하였다. 곧 상고대의 역사지리 문제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점차적으로 이를 국가체제의 정비 과정과 연결시켜 이해면서 한국고대사 체계를 확립하였다. 역사지리적 접근은 단순한 지명이나 성읍국가의 위치를 고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국가 체제의 정비 과정과 연관시켜 파악함으로써, 이병도는 실제로 역사지리 문제를 대단히 중시하였고, 그것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성읍국가 등의 위치가 달라져서 역사가 뒤바뀌게 된다고 하였다. 역사를 진전시키는 삼대 요소는 풍토와 거기에서 활동하는 인간 및 문화 전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풍토와 전통을 아우르는 역사지리에 대한 연구는 강조되어야 한다. 광복 이후 식민 사학의 극복을 강조한 나머지 한국 역사학계에서 역사지리 연구가 필요 이상으로 외면당하였다. 한국사 연구가 복합적으로 추구되면서 종합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문화 풍토를 고려하는 역사지리 문제에 대한 접근을 애써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