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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정체성의 갈등과 문학적 형상화- 조선족 문학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오 상 순중국의 조선족은 한반도에 그 뿌리를 둔 한민족의 후예들이며 지금은 중국의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민족적 정체성과 국민적 정체성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조선족의 이중 정체성으로 말미암아 조선족 문학도 자연 이중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1900-1920년대의 ‘재중한인’ 문학은 민족애, 조국애, 고향애가 기본 주제였고 그 가운데서도 국권회복과 민족독립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유린석, 김택영, 신규식, 신채호, 이륙사, 김좌진, 김중건 등 우국지사들의 작품과 이 시기 만주 땅에 널리 전해진 창가, 독립군가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는 민족적 정체성이 우위였다고 할 수 있다. 1931-1945년의 재만 조선인 문학은 이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의식, 즉 한민족이란 민족적 정체성과 만주 땅에 이주해 사는 이주민이란 정체성의 갈등과 화합이 뚜렷한 특징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정착의 고난과 그 극복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공화국 창건 후 조선족 문학은 민족적인 형식에 사회주의 내용을 담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조선족 문학에 중국 문화의 침투가 가장 뚜렷이 나타났고 국민적 정체성이 우위였다고 할 수 있다. 개혁 개방 후, 한국과의 교류가 현실화되자 조선족들은 민족의 정체성 확인에 열중하였고 그 첫째가는 작업이 뿌리 찾기였다. 그들은 고국에서의 이질감과 소외감, 거주국에서의 열등감과 소외감 등 이중 정체성의 갈등을 형상화하면서 많은 우수한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조선족 문학에서 민족의 정체성 의식은 선조와의 연계성-‘문화의 뿌리 찾기’ 작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민사의 재현, 이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원초적인 ‘뿌리 찾기’ 작업이요, 중국 조선족이 자신을 정확히 인식하는 행정에서의 첫 발자국이다. 이근전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 최홍일의 장편소설 <눈물 젖은 두만강>은 조선족의 이민사라는 역사 제재를 통하여 뿌리 찾기 작업을 실천한 대표작이다. 망향의식은 조선족 문학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며 140여 년간 조선족 문학의 기본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망향의식의 변이로, 유량의식과 유동의식 역시 조선족 특유의 소재이다. 최국철의 중편소설 <당신과 당신의 후예들>은 집시처럼 떠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조선족들의 유이민적인 문화 성격을 그 뿌리로부터 파헤치고 있다. 조선족 문학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민족성일 것이다. 민족화어 시대의 망명 문학과 개척민 문학, 국가화어 시대의 사회주의 문학, 다원화 시대의 자유 문학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작품들은 민족문화에 뿌리를 두고 조선족의 생존 상황을 풀이하고 있다. 어찌 생각하면 남의 땅에서 주변 인물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조선족들에게 있어서 민족심은 본토의 우리 민족보다 갑절 더 절실하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