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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상적인 하이퍼텍스트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이러한 규정이 실제 작품에서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디지털 구보2001의 경우 이상, 구보, 어머니 세 인물에게 벌어진 사건을 독립적으로 보면 여전히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선형적으로 이어간 이야기에 가깝다. ‘하나의 플롯’이 아니라는 말의 의미는 플롯의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플롯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 작품의 플롯은 세 화자를 병렬시켜 놓았을 뿐이지, 이야기의 분기점을 설정해 놓고 독자에게 자기가 원하는 플롯을 선택하게 하는 하이퍼텍스트의 본래 구상과는 동떨어졌다는 약점이 있다. 시점마다 다른 줄거리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비단 하이퍼텍스트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것이다. 창조적 독자를 주장하지만, 특정 인물이 특정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엿볼 수 있을 뿐이지 한 인물의 운명을 독자 편에서 선택할 수 없다는 여전히 수동적인 독자이고, 단지 사용자에 머무를 뿐이다. 결국 ‘원하는 순서로’, ‘원하는 만큼’, ‘자기 식대로’라는 하이퍼텍스트 독법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란 어렵다. 또 하나 진정 독자의 창조자적 역할은 하이퍼텍스트라는 형식이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중 하나인 인터랙티브 기능의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 제작자들의 말대로 디지털 구보의 핵심은 ‘이어쓰기’에 있다. ‘이어쓰기’란 선택한 시간대의 화자의 이야기를 받아 독자가 새롭게 이어쓰는 코너이다. 이 작품의 인터페이스를 보면 작품 하단에 ‘이어쓰기’ 기능을 마련하고 독자가 위의 내용에 연속해서 작품을 써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작품 자체의 난해함과 새로운 문학에 대한 생소함 때문인지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이에 참여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작품 자체에서 독자들을 끌어 들일만한 요소를 좀더 강화해야할 점도 있겠지만, 현재의 인터넷 사용자의 문학적 성향과 수준이 갖는 한계를 보여주는 일면이다.攀디지털 구보 2001의 독자 참여 마당인 ‘이어쓰기’ 기능을 대학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을 통해 집중적으로 테스트한 결과 당장에 해결할 문제는 보다 기술적인 측면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대하여는 아래 글을 참조할 것. 김명석, 하이퍼텍스트 소설의 시대는 과연 도래하는가, 타자비평3호, 예림기획, 2002,8.210-211쪽.攀攀끝으로 하이퍼텍스트의 또 하나의 특성인 멀티미디어 기능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소설의 일부를 발췌, 각색하여 디지털 영화화한 구보의 일일은 소설과 영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하이퍼텍스트 소설을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단편 영화는 대사가 없고상황묘사가구체적이지 않아 독립적으로는 의미파악이 힘들고 소설과 함께 보았을 때에야 사건의 진행을 이해할 수 있다. 소설과영화를 독립적으로 제작하기보다는 각 장면의 내용전개에 부합하는 동영상을 제공하거나 최소한 좀더 다양한 이미지와 사운드를제공한다면감각적인신세대 독자들의 관심을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화면이 주는 기대와 달리 작품을 담고 있는 수많은 웹페이지들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와 같이 디지털 구보2001은 본문 자체는 대부분 텍스트 문서의 형태로 머무르고, 소설 본문이 아닌 링크된 사이트들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 작품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 시간이 일반 소설 한 편을 쓰는 것과 비교할 때 수십 배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는 영화나 게임을 통하여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독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A Study of Digital Gubo 2001, a Hypertext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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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text novel, Digital, Cyber storytelling, nonlinarity, Gu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