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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나 민족 정체성의 측면에서 고유한 한국적 기원을 설정하고, 그것이 끊임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진화하여 결국 당대 유교문명의 보편가치를 충분히 자기 정체성 안에서 구현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이는 결국 韓國 역사발전의 필연적 결과물이라고 당연시하는 기존 시각의 인식론적 한계(민족주의적/근대편향적/서구중심주의적/유교근본주의적인) 때문에, 『龍飛御天歌』에는 분명히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던 다음과 같은 텍스트들이 존재한다. 『용비어천가』의 텍스트 안에서, 친명적 성향의 정치세력이 건국했다는 조선에서 왕실은 그 선대가 오랜 동안 元의 官職을 승습한 사실을, 어떻게 그리 당당히 밝힐 수 있었을까? 유교적 문명론의 위계질서에 입각한 “野人”에 대한 편견이 강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龍飛御天歌』는 王業이 “野人”의 땅에서 시작되었다고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文을 위주로 하는 儒敎 사회라는 일반적인 이해와는 달리, 고려에서의 이성계의 활약상이 제시되는 가운데, 수위 높은 폭력(그것이 賊의 폭력이던 이성계의 폭력이던)이 주된 테마로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고려왕의 명을 어기고 쿠데타를 통해 왕을 폐위시키고 정권을 차지한 이성계가 오히려 고려왕실과 삼한을 재건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해하야여할까? 이성계의 혁명을 정당화한다는 『용비어천가』에서, 심지어 자신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 조차도 고려왕실에 대한 반기를 들기를 거부하며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이성계가 그려지는 것은, 어떻게 이해하여야할까? 이런 내용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龍飛御天歌』 안에서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서사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용비어천가』의 텍스트가 담고 있는 구체적 내용들을 기존의 시각 밖에서 다시 읽어내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다시 읽기를 통해,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려 朝鮮을 세우고 이를 유교적 관점에서 정당화했던 과정을 한국사라는 역사발전의 필연적 결과물이라고 본질화시켜 이해하는 관점의 한계를 넘어, 거꾸로 『용비어천가』라는 역사 쓰기가 바로 그러한 정당성을 창출하고 그 정당성의 담지자로서 조선왕실이 가지는 정체성을 발명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었다는 점을 새롭게 이해해 보려 하였다.


The existing frame works of south Korean historiography have substantialized Confucian identity of early Joseon as the destined course of historical development of Korean history into its early modern stage. And This trend has hindered the historians of Korean history and literature from understanding Confucianization as a process of re-construction and re-invention of a tradition from the view point of constructive approaches. Critically reviewing the existing frame works of south Korean historiography on early Joseon history and literature, this study seek to understand how Yi Seong-gye’s taking over the Koryeo throne that could have been defined as usurpation and violation of one of the most salient principle of Confucian political theory, have been re-defined and re-invented as paradoxically satisfying Confucian universal values and conceptual frame of changing Heaven’s mandate(革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