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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에 관한 주류적 연구들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이 글은 안중근의 사상에서 민족주의와 동아시아의 두 가지 개념에 주목한다. 안중근의 민족주의와 동양평화론을 일국사의 틀에서 이해해 온 학계의 편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안중근이 쓴 텍스트와 기존 연구들에 대한 징후적 해독(symptomatic reading)을 통하여 그에 대해 형성되어 온 기존의 이해를 해체하는 한편, 이 두 주제에 관한 안중근 자신의 생각과 비전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탐색한다. 원초적 민족주의의 원형들을 안중근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개연성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안중근의 사후 형성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래된 바로서의 폐쇄적 민족주의 상은 안중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국가와 민족의 벽을 초월하는 열린 민족주의의 자세를 죽을 때까지 잃지 않았다. 이러한 열린 민족주의는 그의 동아시아 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시기 아시아주의와 인종주의 일반의 일정한 부정적 속성들을 반영하는 시대적 제약에 의해 구속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비판하고 극복하는 동아시아 인식과 동양평화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