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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행복을 추구해 나가기 위한 삶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노동이 우리 삶의 자리에서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업(失業)은 이미 일반화되었다. 삶의 조건에서 노동이 배제된 사람들은 그야말로 무가치한 사람으로 취급되어 처참한 상실의 고통 가운데 버려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겨우 노동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조차도 더 이상 자신의 노동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이 힘들게 되었다. 돈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행위의 주체로 인정받기는커녕 지배와 수탈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일쑤이다. 거기에 더해서 자본과 기술에 의해 조직되는 노동과정과 생산과정은 생태계의 건강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노동의 위기에 대해서 이에 대한 기독교 사회윤리의 입장을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노동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 논문에서는 기독교 윤리관의 전거(典據)로서 구약성서가 말하는 노동관을 통해 바람직한 노동의 의미를 제시해 보려고 한다. 구약성서의 노동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된 의무로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함을 말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노동을 수행해야 하며, 하느님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노동이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근면을 넘어서서 공동체의 약자를 보호하고 도와줄 것까지 확대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러므로 기독교 윤리의 전거로서 구약성서의 노동관은 이기적인 욕망추구라는 개인적인 노동의 편협성을 극복하고, 개인과 하느님과 이웃이 더불어 사는 삼중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틀에서 실업 극복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분배정의와 나눔의 실천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