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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대의 시각의 외재화와 실시간성은 가족의 의미에도 본질적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가족의 의미로는 우선 부부로서의 남녀의 만남과 자식의 생산으로 인한 혈연관계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가족은 그 어느 다른 사람들보다 같은 공간 속에서 마주 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마주 보며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지구 전체가 실시간으로 바뀐 것이다. 과연 유가는 인간의 시각문화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가. 서양이 르네상스 이전 중세시대까지 시각을 청각이나 촉각보다 덜 중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동양의 유가는 이를 청각과 더불어 중시하였다. 인간에게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는 본성이 있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비근한 사례로서 든 것이 시각과 청각 기능의 탁월함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동양은 시각과 청각에 대한 확고한 신뢰 위에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인간성의 선한 경향을 설명하려고까지 하였다. 오늘의 대부분의 영상이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포함하여 상업적 오락물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면 이런 것에 대해서 동양의 전통철학은 기본적으로 어떤 생각을 나타냈을까. 공자는 이런 예(藝)를 시공간적으로 보편화해서 그냥 일상생활에 필요한 방식으로 보고 이를 앞서 말한 진심의 정감과의 유대를 전제로 전적으로 긍정하였다. 그리고 주자 또한 소리와 동작이 있는 영상적 범주에 드는 그런 기예(技藝)를 우리의 감각을 살찌게 하는 것으로 보고 전적으로 긍정하였다.인간의 일상생활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바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이 중심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의 삶의 모습을 어떻게 가꾸는 지가 곧 그의 인간됨을 결정한다는 것이 유가의 생각이다. 이제 가정에서조차 그 구성원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실시간으로 세계의 각종 상품과 오락 그리고 모든 인간을 만날 수 있게된 이 시대의 문제를 반성하고 그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은 다른 길이 없고 바로 가정생활의 이상적 삶을 정상적으로 근면하게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물 뿌리고 청소한 뒤 서로 응대 인사하며 자기 전에 문단속을 직접 하는 실생활을 꾸준히 해감으로써 한편으로 건강을 위하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선한 정감을 길러 가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 허구적 영상문화시대에 우리를 살아있는 주체적 인간으로 가꾸어주는 데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Ethical Problems and Perspectives in the Visual Communication's 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