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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에서는 장기간 환경갈등을 겪어온 새만금간척개발공사 지역을 연구대상으로한다. 서해바다 일부를 막는 대규모간척공사가 17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방조제공사가 진행 중이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는 2006년 4월 21일 끝났지만, 보강공사등으로 인해서 공사계획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대규모 간척공사를둘러쌓고 환경갈등에 직접 연루된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바다에 대한 인식, 의미그리고 실천행위를 분석해 보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어민, 환경운동가 그리고 개발주체들을 대상으로 한다. 어민들에게 바다는 수면 밑을 의미하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바다의 변화를 자연현상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자연의 변화와는 달리인위적인 바다생태계의 변화는 어민들의 생활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바다가 사라지면서 어민들은 이제까지 지켜온 생태적 규범, 작업윤리도 버리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혼돈된 상황 속에 빠지게 되었다. 환경운동가들은 활동 초기에는 수질오염문제를주로 다루었으나 곧이어서 서해안 갯벌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걸었다. 종교지도자들도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환경운동은 죽음, 고통에 대항하는 생명과 평화운동으로 나아갔다. 삼보일배와 같은 종교적이며 성스러운 의식은 새만금반대운동의 차원을넘어서기도 했다. 헌신적으로 새만금사업반대운동을 해 온 환경운동가들이지만, 이들에게 바다는 여전히 생업의 공간이나 정체성 구성의 요소라기보다는 자연생태계로 존재한다. 그래서 바다는 이들의 인지구도 속에서 성스러운 영역으로 남게 된다. 한편, 개발론을앞세운 정치인들과 개발주체들은 바다를 비어 있는 공간으로 사유하며, 언제라도매립하여 산업단지, 관광단지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법을앞세워서 보상금을 받은 어민들에게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에게바다는 일상생활이 이루어졌던 곳이며 그들의 과거사가 기록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장소이다. 바다는 자연경관으로서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실체이다. ‘친환경’ 개발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새만금사업에서는 생태민주주의의 실천이 요원해 보인다. 이 사업의 구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바다는 개발의 상징이며 교환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오랫동안 지역어민들이만들고 지켜온 바다생활이 존재하던 역사적 ․ 문화적 현장이었음을 이해시키는 일은어렵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