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기/닫기 버튼

이 글은 에코의 기호학이 현실과 무관한 기호체계구축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서 에코의 이데올로기논의에 대한 연구이다. 그의 이데올로기연구는 특이하게도 기호외적인 조건을 판단중지하고 메시지 자체의 기호내적 형성과정에 대한 현상학적 환원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메시지들과 관련된 정치, 경제 등 외적 조건들을 괄호치고 나면, 그 메시지들은 다음과 같은 수사학적 장치를 통해 형성된다. 하나의 메시지는 1)한 사회 내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 가치체계 등 공론에 기초하며, 2)그 메시지의 주요전제 중 가능한 여러 상황들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그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임을 설득시키면서 3)이를 은유나 과장 등의 미사여구를 통해 설득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이 수사학적 장치는 메시지의 의미를 만드는 의미구성장치이며, 이때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은폐되어 있다(광고주). 따라서 이 수사학적 장치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는 단순히 부분적이고 비연결적인 기호들이 특정 주체에 의한 자의적, 인위적, 선택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마치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인 양 받아들이게끔 한다. 즉 이러한 수사학적 장치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는 기호외적 현실을 배제하고 그 자체 이미 이데올로기적 담론이 되는 것이다. 에코 기호학은 이러한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메시지형성구조 자체 내에 이미 이데올로기를 배태하고 있음을 폭로함으로써 주어진 문화체계 내의 은폐된 상호연관성을 보여주고 그 결과 세계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비판이자 사회적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