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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본래적 현존재가 타자에 대한 우정을 통해 상호주관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장자는 시비 논쟁의 진원지를 나와 너를 분별하는 이분법적 의식에서 파악한다. 득도의 요건은 일상적인 나를 초월하는 망아(忘我)이다. 망아로부터 무(無)의 체험이 비롯된다. 상호주관성의 근저에는 일상적인 나의 분별적 의식을 초월한 무의 체험이 생생하게 전개되고 있다. 망아에서 비롯된 무의 체험은 하이데거와 장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동의 지반이었다. 그러나 무의 체험이 심화되면서 두 사유가는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게 된다. 장자가 유쾌한 나들이에 나선 절대적 자유인이었다면, 하이데거는 존재의 진리를 찾아 나선 도상의 나그네가 된다. 장자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만물제동을 추구하였다면, 하이데거는 존재론적 우위를 지닌 인간이 존재의 진리를 구현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구원의 세계를 갈구하게 된다. 또한 그렇기에 예술의 문제에서도 두 사유가는, 비록 무의 체험이라는 공동의 지반에 서 있긴 하나,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