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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목적은 현존재의 본질을 새롭게 규정한 하이데거의 “염려”(Sorge)개념에서 어떻게 기존 윤리학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윤리학의 가능성이 정초될 수 있는지를 해명하는데 있다. “기초존재론”에서 하이데거는 자기에 대한 “염려”를 현존재의 근원적인 특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자기에 대한 “염려”가 일반 윤리학에서 문제삼는 단순히 타자의 불행이나 고통을 외면한 체 자기존재만을 염려하는 이기주의와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 현존재의 “염려”는 이기주의나 이타주의와 같은 윤리적인 범주가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존재론적 범주로 파악되어야 한다. 존재론적 범주로 이해된 “염려”개념은 현존재가 동일 근원적인 두 계기들, 즉 “앞으로 나감”과 “결핍”의 통일구조로 규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규정된 현존재는 더 이상 근대 철학적 사유와 윤리학을 근거하는 자족적인 주체로 인식되지 않는다. “결핍”을 본질적인 계기로 갖고 있는 현존재는 자족적일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다른 것에 의존적이다. 본질적으로 의존적이거나 또는 수동적인 현존재의 본질을 규정하는 “염려”를 통해 우리는 타자를 자기 안으로 귀속시키는 전체주의적 윤리학이나 보편적인 형식에 치우친 윤리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윤리학의 가능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